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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크레딧' 주도 CSES 나석권 원장, "사회성과 화폐화, 거래되는 날 오겠죠"

일명 ‘최태원 크레딧’이라고 불리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가 국내를 넘어 국제사회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정·재계 리더들과 석학들이 모인 올해 다보스포럼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입한 SPC는 지속가능한 경영의 ‘성공모델’로 평가받는 등 집중 조명됐다. 이 같은 SPC 프로그램 연구를 주도하며 미래지향적 기업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의 나석권 원장을 만났다. ‘세상에 없는 연구’ 시작한 CSES의 총괄지휘자서울대 석사에 미국 미주리대 박사 출신인 나석권 원장은 행정고시를 통과한 뒤 재무부와 재정경제부는 물론이고 IMF(국제통화기금) 이사실, 뉴욕 재경관 등을 거치며 ‘세계 경제의 심장부’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재무통’이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이론 등에 해박한 그가 이 같은 지식을 적용하기 위해 처음으로 선택한 기업이 바로 SK였다. 최태원 회장이 과제로 던진 ‘사회적가치(SV)의 데이터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부딪힌 그도 해법을 찾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사회적가치를 측정하고 숫자로 데이터화하는 연구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세상에 없는 연구원을 만들자”를 CSES의 모토로 내세웠다. 영화 ‘극한직업’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를 활용해 ‘세상에 이런 연구원은 없었다’라는 표현으로 CSES를 짧고 굵게 표현했다. 2017년 SK경영경제연구소 정책연구실장으로 입사한 그는 2년 뒤 지금의 사회적가치연구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태원 회장과의 첫 만남은 유독 선명히 남아 있다. 그는 “대화식의 경영회의에서 최태원 회장을 처음 대면했다. 기존에 접했던 딱딱한 형식이 아니라 브레인스토밍 식의 경향이 짙었다”며 “기본적으로 사회적가치에 대한 철학이 확고해 ‘진심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해 얘기하는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경제가치(수익)를 절대 떼어놓을 수 없는 기업가의 숙명도 새삼 깨달았다. 그는 “확실히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가는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최태원 회장은 사회적가치 측정 연구에 더해 ‘돈도 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봐라’는 숙제를 던졌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태원 회장은 SV 분야에서는 전문가 중 전문가였다. 이미 최 회장은 10년 전인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사회적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성과에 비례해 현금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SPC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제안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제안한대로 SK는 지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총 326개의 사회적기업이 참여한 가운데 SPC를 운영해왔다. 이와 관련해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사무국은 최근 인터넷 홈페이지에 ‘사회적기업과 파트너십 및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가속화 성공모델’로 SK의 SPC를 꼽았다. WEF 사무국은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전통적 CSR(사회적책임)에서 탈피, 사회적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소셜 임팩트 창출과 ESG 경영목표 달성에 나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나 원장은 “세계의 주목을 받는 것이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는다”며 “오히려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는 것 같아 연구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며 미소지었다. SV에 ‘돈 되는 BM’ 더한 미래 기업 지향 SK의 독창적인 SPC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3275억원의 사회성과를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회적기업은 일자리 창출, 사회 서비스 제공, 환경문제 해결, 생태계 문제 해결 등 4개 분야에서의 성과를 수치로 평가받았다. 이를 토대로 사회적기업에 인센티브로 총 527억원이 지급됐다. 우선 사회성과 측정 방법은 4가지 영역으로 나뉜다. 복지·보건·교육·문화 등 사회서비스 성과와 고용 성과, 환경 성과, 사회생태계 성과로 구분됐다. 기업의 활동가치와 기준상태(baseline), 기준가격(proxy), 기여도, 외부보상 등을 고려하는 측정식도 존재한다. 나석권 원장은 “기업들의 업종에 따라 측정하는 항목이 조금씩 다르다”며 “가령 사회서비스 성과가 나올 수 없는 기업에 대해서는 다른 성과 항목에 대해서만 절대적인 양으로 측정한다”고 했다. 인센티브 산정 방법은 동기부여에 초점이 맞춰졌다. 나 원장은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사회적기업의 경우 첫 해에는 사회성과 측정액 규모의 25%를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며 “2·3년 차 기업, 4~6년 차 기업의 인센티브 측정 방법은 또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하면 기업들의 동기부여를 더 이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고심을 한 끝에 전년 대비 사회성과 증가분을 인센티브에 적용했다”며 “최적의 인센티브 측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계속 실험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정리하면 2·3년 차 기업의 경우 사회성과 측정액 규모의 15%에 전년 대비 사회성과 증가분의 25%를 더해 인센티브로 받게 된다. 프로그램 참여 4~6년 차 기업은 사회성과 측정액 규모는 5%로 줄어들지만 전년 대비 증가분의 50%를 인센티브로 챙기게 되는 구조다. SPC 프로그램은 6년이 지나면 졸업하게 된다. 지난 2021년 1기 졸업기업이 나왔다. 지난해 노인 요양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부케어와 농촌 취약계층 직원들과 제철 이유식을 만드는 에코맘산골이유식은 각 20억원, 3억8000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받았다. 이들 기업은 사회성과 연평균 성장률이 각 29%, 28%에 달해 더욱 주목받았다. CSES는 이 같은 전 세계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데이터를 공개했고, 이런 성과에 국제 경영학술계도 관심을 드러냈다. 2020년 하버드 경영대학원이 발간하는 ‘하버드 비즈니스 케이스’에 SPC의 사례연구가 게재됐다. 정선문 동국대 교수와 신재용 서울대 교수가 SPC의 효과성을 다룬 논문도 2022년 세계 최고 권위의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실리며 시선을 끌었다. 나 원장은 소셜벤처 4EN의 사례를 들며 성장과 협업 가능성에 주목했다. 4EN은 커피 찌꺼기 등을 활용해 친환경 연료를 만드는 회사다. 그는 “SPC의 인센티브는 정부의 지원금과 달리 꼬리표가 없는 돈”이라며 “용도 제한이 없고, 향후 별도 감사도 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이 필요한 부분에 알아서 쓰면 된다”고 했다. 그는 “4EN의 경우 인센티브를 대학의 연구비 등 기술개발 항목에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땅콩껍데기를 환경 연료로 개발하며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4EN은 SK에너지와 손을 잡고 땅콩껍질로 숯을 만드는 CDM 사업으로 미얀마 진출에 성공했다.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은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서 달성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목표 달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탄소감축 인증’을 뜻한다. 나석권 원장은 “미얀마가 땅콩 생산량이 세계 5위라는 데 착안해 더 좋은 시장을 개척했다”며 “SK에너지의 경우에도 협력을 통해 탄소감축과 판로개척 측면에서 성과를 거둬 협력의 긍정적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사회적가치 ‘무형재산권’ 거래소 설립 목표 SPC 프로그램이 국제학술지와 다보스포럼 등에서 호평을 얻자 나 원장도 덩달아 바빠졌다. 각계에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CSES에 손을 내미는 기업과 기관들이 많아져서다. 나석권 원장은 “경남을 비롯해 춘천, 전남, 전북, 충북 등 지자체와 협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관내 기업들의 사회성과를 측정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정부의 중기부, 기재부와도 이와 관련한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SPC 프로그램은 우선 사회적기업 평가로 시작됐지만 차츰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CSES는 사회적기업의 ‘사회성과측정 리포트’를 책자로 만드는 시범 사업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나 원장은 “이 리포트는 기업의 무형가치 리포트로 기업이 보유한 무형가치를 데이터와 숫자로 나타낸 것”이라며 ESG 경영 흐름에서 기업들의 무형가치를 주목하는 시기가 올 거라고 전망했다. 이미 2019년 ESG 글로벌 협의체(VBA)가 설립되는 등 세계적인 움직임도 활발하다. 현재 28개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고 있고, SK는 협의체의 부회장을 맡고 있다. 나 원장은 “ESG 측정의 표준 방법론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ESG 성과를 화폐 가치로 측정해 글로벌 표준으로 정립하는 게 골자”라며 “국내에서는 SK를 비롯한 신한은행과 삼성전자에서 사회성과 측정 모델을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 원장은 지금의 CSES가 주로 SK(행복나래 등)의 기부금으로 운영돼 SK 재단 이미지가 강하지만 궁극적으로 ‘SK’ 이미지를 떼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어느 순간에는 사회적가치를 거래단위로 화폐화시켜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유가증권시장처럼 사회적가치 거래소가 생기면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가 증가하고, 기업가치도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단기적인 목표도 세웠다. 나 원장은 “기후위기 속 탄소중립을 위해 보다 많은 친환경 솔루션이 나올 수 있도록 친환경 측정 인프라를 다지는 게 중요하다”며 “가령 한우의 등급을 매기듯이 친환경과 관련해 이를 측정하고, 비교해 기관이 인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적가치거래소는 아직 먼 이야기지만 국제사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회계기준을 만드는 기구인 IFRS 재단 산하인 ISSB에서 글로벌 ESG 공시기준이 될 공개초안을 2년 전에 발표했기 때문이다. 나석권 원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기업들의 재무제표에 적용되는 글로벌 ESG 공시기준의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예정”이라며 “사회적가치 측정 시스템의 전반적인 작업이 ‘스피드업’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2.15 07:00
경제

자체 '중신용대출' 집중하는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가 자체 신용평가 모형에 기반한 중신용 대출 늘리기에 나선다. 지난해 말부터 집중하고 있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더욱 견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카카오뱅크는 11일 SGI서울보증의 보증에 기반한 '직장인 사잇돌 대출'의 신규 신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급여 소득자 대상 중신용대출은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신용대출 상품만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자체 신용대출과 함께 SGI서울보증의 보증부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2019년부터는 정책 중금리 대출로 상품을 바꿔 급여 소득자들에게 중금리 대출을 공급했다. SGI서울보증은 카카오뱅크를 통해 사잇돌대출을 활성화했고, 카카오뱅크는 SGI보증부 대출 및 직장인 사잇돌대출을 통해 중금리 대출 데이터와 노하우 등을 축적했다. 이를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신용평가 모형에도 반영했다. 이 신용평가 모형을 바탕으로 카카오뱅크는 중신용대출의 최대 한도를 1억 원까지 확대하고, '중신용플러스대출' '중신용비상금대출' 등을 연달아 출시했다. 카카오뱅크 여신팀장은 "직장인 사잇돌 대출은 카카오뱅크가 자체 신용 기반의 중신용대출을 선보이고 확대할 수 있었던 마중물이자 단단한 디딤돌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카카오뱅크는 급여 소득자 대상 중신용대출은 카카오뱅크 자체 신용에 기반한 중신용대출 상품만으로 운영하게 된다. 업계는 카카오뱅크의 자체 신용 기반 중신용대출 상품으로 중·저신용대출 규모를 빠르게 늘려나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잔액은 전년 말 대비 2269억 원 증가한 2조6912억 원으로, 비중은 17%에서 20%로 3%포인트 늘었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치는 25%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기 위해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1월부터 고신용자에 대한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점수 기준 하위 50%인 중·저신용자에게만 공급하고 있다. 다른 두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토스뱅크는 신용대출을 풀고 영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카카오뱅크만이 금융당국이 요구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늘리기에 초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뱅크의 전체 신규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3.3%에 불과했으나, 이번에 100%가 됐다. 또 올해 1분기 중·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 6253억 원을 공급했다. 이는 1년 전(538억 원)의 11.6배 규모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2분기에도 중·저신용 위주의 대출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변별력 강화를 위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2.04.12 07:00
무비위크

영화마케팅사협회, 강효미 회장·이시연 부회장 '1년 연임'[공식]

영화마케팅사협회(Korean Film Marketers Association/KFMA)의 회장 퍼스트룩 강효미 대표와 부회장 흥미진진 이시연 대표가 1년 연임됐다. KFMA 측은 1일 "아직 끝나지 않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현 진행 중인 협회 사업 및 대외 활동의 업무 지속성을 위해 4기 회장단의 1년 연임 안건(2022년 5월 30일까지)이 이사진 회의에서 가결됐다"고 알렸다. 현 4기 회장단은 지난 2019년 5월 협회 총회에서 선출된 후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영화계를 비롯해 영화 마케팅 업계 모두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아, 마케팅 업계를 위한 다양한 위기 극복과 지원 정책 마련 대책을 위해 힘써왔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협회비 기부와 협회비 납입 중단과 코로나19 마케팅 업계 지원 촉구를 위한 대언론 홍보 및 지속적인 노력으로 소속 회원사인 오프라인 마케팅사뿐만 아니라 영화 마케팅 업계 전반의 전문인력 고용 유지를 위한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이끌어냈다. 또한 고용노동부 청년디지털일자리 사업 운영 기관 선정 사업 진행, 영진위 포스트코로나 영화정책추진단 참여, 영진위와 함께 영화 행사 방역 매뉴얼 제작, 코로나19 지원책 촉구를 위한 대외 활동 지속 및 표준계약서 논의 등 공동의 활성화를 위한 상생과 협력에 이바지했다 더불어 영화마케팅 산업의 발전과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 무대인사 및 행사 진행 시 관행 개선, 대행료 미수금 업체 대상 블랙리스트 등재 및 해결, 마케팅사의 결제 대행에 대한 수수료 부과, 협회 매체 리스트 정비 등 협회 회원사 인권 보호 및 대외적 업무, 대언론 활동을 진행해왔다. 한편, 2013년 창립 이래 영화마케터들의 업무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 노력해 온 KFMA는 2021년 현재 총 25개사 120여명의 전문영화마케터 회원들이 가입돼 있다. 국외자들, 더홀릭컴퍼니, 딜라이트, 렌, 로스크, 머리꽃, 목요일아침, 무비앤아이, 스콘, 시네드에피, 아워스, 앤드크레딧, 영화사 하늘, 영화의온도, 영화인, 올댓시네마, 이노기획, 워너비펀, 월터미티 컴퍼니, 콘텐츠 다봄, 퍼스트룩, 플래닛, 호호호비치, 홀리가든, 흥미진진(가나다순)이다. KFMA 측은 "모든 활동은 궁극적으로 한국영화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며 이들 과제를 이루기 위해서 앞으로도 협회차원에서 많은 노력을 꾀할 것이다"고 전했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1.04.01 08:30
경제

"재능 공유 할랬더니…" 숨고의 과도한 '캐시' 정책에 우는 고수들

요즘 뜨고 있는 ‘재능 공유’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인 ‘숨고(숨은고수)’가 과금 정책을 바꾸며 이용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수’라고 불리는 전문가들이 재능을 공유하겠다는 제안만 해도 돈을 내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뀐 탓이다. 최근 과도한 수수료 정책을 공개했다가 번복한 배달앱 '배달의민족'의 사례가 있어 숨고가 비슷한 수순을 밟을지 관심이 쏠린다. “부동산에 집 보러 갔는데 복비 내라는 꼴” 숨고는 인테리어나 청소, 외국어 과외, 사진 촬영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에 종사하는 고수(전문가)와 이를 필요로하는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중개 플랫폼이다. 소비자가 요청서를 숨고 앱에 올리면, 고수가 이에 관한 견적서를 발송해 양쪽의 조건이 성립될 경우 거래가 성사된다. 숨고의 누적 견적 수는 지난해 12월 100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숨고의 과금 정책은 고수가 소비자에게 견적서를 발송할 때, 고수가 월정액으로 충전해놓은 ‘크레딧’이 차감되는 방식이었다. 소비자와 고수 사이에는 채팅방이 열리고, 소비자가 견적서를 확인하고 고수와 상담하게 된다. 이때 숨고는 소비자가 견적서를 읽었더라도 48시간 이내에 응답하지 않으면, 고수가 지불한 크레딧을 다시 돌려주는 보상 정책을 제공했다. 고수의 견적서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이었다. 1년 넘게 숨고를 이용한 고수 A씨는 ”거래 성사에 대한 기대감에 숨고 앱을 사용했다. 경험상 평균 20명의 요청자에게 견적서를 발송하면 약 90% 소비자가 견적서를 확인했고, 그 중 서너명에게서 답장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거래는 잘해야 서너명 중 1명이 성사됐다”고 했다. A씨는 거래성사율이 높지 않았지만, 미응답에 대한 크레딧이 있었고 발품 팔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고객을 찾을 수 있어 사용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다 숨고는 지난 2월 18일 크레딧 정책을 ‘캐시’ 시스템으로 바꿨다. 소비자가 견적서를 읽더라도 답하지 않으면 환급해주던 것을, 읽기만 해도 돌려주지 않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했다. A씨는 “견적서당 약 4000~6000원의 캐시가 차감됐다. 20개의 요청서를 보내면 약 10만원 정도의 돈이 자동으로 나간다는 얘기”라며 “부동산 통해 집 보러 갔다가 거래도 없었는데 복비 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분노했다. 견적서당 5000원이라고 가정하고 하루에 20건을 발송하면 10만원의 비용이 무조건 발생하는데, 거래 성사 여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그는 “숨고는 소비자에게 견적서를 확인해도 고수의 크레딧이 차감되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실을 공지하면 소비자 심리가 위축돼 답장을 보내길 꺼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내용을 전달한 A씨는 숨고로부터 ‘소비자가 견적서를 받더라도 스마트폰 메시지 알림으로 견적 내용 확인이 가능해 굳이 채팅창에 접속하지 않아도 돼 캐시 차감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답을 받았다. A씨는 “일반적으로 견적서가 한두줄로 끝나는 게 아니고 고수 경력이나 비용을 확인해보려면 앱에 들어오는 게 통상적인데, 전혀 공감되지 않는 회피성 답변이다”고 주장했다. 공감 못 하는 고수들…숨고 “고용 보장해주는 데 아냐” 숨고를 이용하던 다수의 고수는 바뀐 정책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한 포털의 에어컨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견적서를 확인 안 하면 캐시를 보상해주는데, 대부분 확인해서 보상받기가 힘들다” “매칭이 돼야 수수료를 가져가는 구조도 아니고, 견적서를 보낼 때마다 캐시가 사라지니 답이 없다. 숨고만 돈 벌어간다” 등의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앱마켓 리뷰만 봐도 별점 1개와 함께 숨고 앱에 대한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정책이 바뀐 직후인 2월 말에는 이용자들의 항의 글이 빗발쳤다. 고수들 사이에 해당 이슈가 커지자, 일부에서는 숨고 측에서 실제 존재하지 않는 요청서를 올려 고수들이 견적을 보내도록 유도해 돈을 버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숨고 관계자는 “숨고 앱은 고수가 견적서를 발행해 거래가 성사될 시 수수료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라, 견적서 발행 비용이 든다고 봐야 한다”며 “숨고는 고수들의 고용을 보장해 주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상정책이 바뀌면서 대량의 견적서를 발행해야 하는 고수들은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보통은 크레딧 정책보다 그때그때 충전해서 사용할 수 있는 캐시 정책이 더 이득이다”고 했다. 권지예 기자 kwon.jiye@joongang.co.kr 2020.04.24 07:00
경제

손태승 우리은행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그룹 공동회장과 면담

우리은행은 지난 17일 서울시 중구 본점에서 손태승 은행장이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운용사 중 하나인 칼라일그룹의 공동창업주인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회장을 만나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19일 밝혔다.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회장은 1987년에 칼라일그룹을 공동 창업했으며, 지미카터 정부 시절 국내 정책 부차관보를 역임한 바 있다. 칼라일그룹은 전세계를 대상으로 사모펀드, 크레딧 사업,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대체자산운용사로 총운용자산은 1740억불(약 186조원) 규모다.이번 방문에서 손 행장과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공동회장은 주요 사업에 관해 협의하고, 향후 파트너쉽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2015년 칼라일그룹이 투자한 약진통상 인수금융을 주선했고, ADT캡스 매도자금융(스테이플파이낸싱)을 제공하고 있다.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2018.01.19 12:08
경제

하나금융 차기 회장 김정태 유력…‘외인’ 최범수가 복병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 3인에 오르며 3회 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 회장은 금융 당국을 비롯해 정치권ㆍ노조ㆍ시민사회 단체의 반대를 넘어서는 분위기다. 하지만 후보 중 1명인 최범수 전 한국크레딧뷰로 대표이사 사장이 ‘구조조정전문가’에 문재인 정부의 고위급 인사와 인연으로 인해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김 회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김정태 각종 악재 돌파… 후보군 3인에 포함 17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하나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을 김정태 현 회장이 포함된 총 3명으로 압축했다.김 회장은 내부 인사 1인으로 단독 확정됐고, 최범수 전 한국크레딧뷰로 대표이사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은 외부 인사로 추천됐다.김 회장의 3연임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김 회장이 쇼트리스트(최종 후보자 명단)에 오르면서 사실상 김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아졌다.하나금융 차기 회장 선출은 회추위 구성 때부터 잡음이 많았다.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 논란과 함께 김 회장 본인의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자 하나금융은 회추위의 위원이었던 김 회장을 제외했다.하나금융 노동조합는 김 회장이 ‘셀프 연임’을 시도해 ‘황제 경영’을 유지하고 있다며 비판했으며 금융 당국도 회장 선출 과정을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정치권과 시민사회 단체도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관된 점과 부정 대출, 인사 의혹 등이 있는 김 회장이 3연임을 하는 것을 비판하고 있다.그러나 회추위는 김 회장이 후보로서 법적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윤종남 하나금융 회추위 위원장은 “이번 최종 후보군은 하나금융그룹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충분한 자격이 있는 후보 추천을 위해 다양한 검증과 평가를 거쳤다”며 “감독 당국이 권고한 대로 객관적이고 투명한 회추위 진행을 위해 ‘경영승계계획 및 후보 추천절차’도 개정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노조는 김 회장의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한 후보군이라고 비판했다.하나금융 노조 관계자는 “현재 김 회장이 압박을 받고 있으니 본인이 안 되더라도 금융 당국이나 사외이사와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을 후보로 올린 것”이라며 “김 회장이 뒷배를 볼 수 있는 인물이라거나 혹은 김 회장의 3연임을 위한 들러리라는 지적도 있다”고 말했다.외부 인사 후보군에 오른 김한조 이사장은 완전히 외부 인사로 분류하기는 어렵다. 과거 외환은행장,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지냈고 현재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다만 서류상으로 하나금융나눔재단은 하나금융지주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그룹 내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김 이사장은 외부 인사로 분류됐다. ‘구조조정전문가’ 최범수 다크호스로 부상업계에서는 김 회장의 3연임에 변수가 생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최범수 전 대표이사가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최 전 대표이사는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을 지낸 인물로 하나금융에서 근무한 이력이 없다.다만 1997년 IMF발 외환 위기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자문관으로 있으면서 한일은행 합병, 제일은행 매각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 및 합병 작업을 진행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또 김대중 정권 시절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태스크포스팀에 참여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동걸 산업은행장과도 친분을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외부 출신으로서 신한금융지주의 요직을 맡으며 신한금융의 성장에 이바지한 점도 플러스 요인으로 꼽힌다. 최 전 대표이사는 2007년부터 6년 동안 신한금융지주 전략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물론 하나금융에 오래 몸담아 온 김 회장에게 차기 회장에 대한 프리미엄이 더 붙을 수 있지만 당국에서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한 상황이어서 전세가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현재 하나금융은 아이카이스트 특혜 대출 의혹과 채용 비리 등으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최근 금감원은 회장 선임 절차에 당국이 개입한다는 오해를 사지 않겠다며 일시적으로 조사를 중단했지만 회장 선임이 끝나면 조사를 재개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최순실의 측근인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에게 특혜 승진을 해 주고 최순실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아이카이스트에 20억원의 특혜 대출을 해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하나금융의 최종 차기 회장 후보는 오는 22일에 결정될 예정이다. 회추위는 이날 최종 후보군 3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T)과 심층 면접, 질의응답을 거쳐 회장 후보를 확정할 계획이다. 최종 후보자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된다. 조은애 기자 cho.eunae@joins.com 2018.01.18 07:00
경제

[홍운기 칼럼]“영화 빅쇼트가 현재진행형이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내심 세상이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의 한 대목이 묵시록처럼 스크린을 채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젊은 남녀 무리는 이 파티가 영원할 것처럼 웃고 마시고 춤을 춘다.‘2007~2008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다룬 영화 빅쇼트(The Big Short)의 한 장면이다. 빅쇼트란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방향으로 투자하는 금융용어다. 주인공들은 금융시스템의 맹점을 파악, 시장의 몰락을 예측해 2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익을 챙긴다. 실존하는 4명의 인물을 토대로 만든 영화라니 현실이 더 영화 같은 순간이다.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등급이 낮은 저소득층에게 주택 자금을 빌려주는 담보대출상품인데 은행은 이것을 다시 주택저당증권(MBS, Mortgage Backed Securities)이라는 금융상품으로 고객에게 판매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부채담보부증권(CDO,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까지 만들어 신용등급이 낮은 채권들이 다수 모이면 AAA등급으로 환골탈태하는 기적을 보여준다. 그러나 기적은 단순화한 변수와 가정을 전제로 계산된 숫자일 뿐, 현실은 매우 복잡하고 인간은 비합리적이다.종국에 이르러 미국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고 자산 가격이 급락하자 대형 은행들은 줄줄이 쓰러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IB랭킹 4위의 리먼브라더스 파산이며 이는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로 금융위기를 확산시킨 트리거 역할을 했다.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후유증은 현재에도 유효하다.미국에서만 8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고, 6백만 명이 집을 잃은 매우 어두운 소재지만 영화는 시종일관 가벼운 분위기를 이어간다. 군데군데 블랙유머가 섞여있어 관객들은 깔깔거리기도 한다. 그러다 관객은 문득 뜨끔하며 ‘내가 이렇게 웃을만한 자격이 있는가?’하고 스스로를 반문한다.감상 이후 질문하게 만드는 것이 훌륭한 예술의 조건이라면 빅쇼트는 분명 좋은 영화다. 극장 밖으로 나와 그 주제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 정보를 찾게 되고 주변사람들과 대화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어느 부분에 초점을 맞추느냐에 따라 관객이 느끼는 생각과 그에 대한 질문도 달라질 것이다. 필자는 미국 발 모기지 사태로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면서 저축은행 부실로 도미노처럼 이어졌던 ‘2011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떠올랐다. 책에서나 보았던 뱅크런 사태가 실제 눈앞에서 벌어졌고 뉴스에서 보도하는 영업정지 저축은행은 매일 바뀌었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권과 여신경쟁이 심화되면서 저축은행들은 본연의 역할인 서민대출에서 부동산 PF대출, 부동산 펀드 등 고위험 고수익 상품에 자산을 편중해 운용했다. ‘썰물이 빠졌을 때 비로소 누가 벌거벗고 헤엄쳤는지 알 수 있다.’고한 워런 버핏의 말처럼 부동산 경기가 급 하강하자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에 미달된 다수의 저축은행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결국 정부는 2011년 7월 ‘하반기 저축은행 경영건전화 방안’을 발표하고 BIS 비율 1% 미만인 제일, 토마토를 비롯한 7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여 6개월간 영업정지를 내렸다. 이러한 조처로 5000만 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채권 투자자들은 원금 손실이 불가피해진 것이다.어떤 상품인지도 모르고 높은 이자를 준다는 말에 가입한 고객들은 평생 모은 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해졌다. 저축은행의 성격상 고령자 고객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노후자금을 잃게 되었으니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였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저축은행 내부자와 고액의VIP에게 영업정지가 될 것을 귀띔하고 사전에 출금할 수 있게 해줬다는 사실까지 밝혀지자 일반 고객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저축은행 사태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저축은행업계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로 되어있고 사외이사, 감사 등 내부 견제가 쉽지 않았다. 고위험 여신을 취급함에도 체계적인 리스크관리시스템은 미흡했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는 규제를 완화했으나 도덕적 해이와 몸집 키우기의 발판만을 마련해 주었을 뿐이다.또한 감독적인 측면에서도 큰 문제가 있었다. 금감원 저축은행 담당부서 내 동일인의 장기 근무, 예산부족으로 현장검사 축소, 퇴직 직원의 유관회사 재취업이 그것이다. 피검기관과의 유착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리다. 빅쇼트에도 이러한 유착관계를 지적한다. 유명 금융포럼에 참가한 등장인물 중 한명이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일하는 형의 전 여자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런데 그녀는 일 때문에 온 것이 아니고 자비로 왔다고 말한다. 대형은행에 이력서를 돌리기 위해 관련 인물들을 물색하기 위해서다.그리고 예산삭감으로 모기지 채권에 대해 아무것도 조사하지 않으며 감독기관에서 일한 직후 금융기관에 취업하는 것은 불법 아니냐는 주인공의 물음에 순진하다는 듯 웃어넘긴다. 빅쇼트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2015년 몇몇 대행 은행이 bespoke tranche opportunity(맞춤형 트랜치 기회)란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는 CDO의 또다른 이름에 불과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직전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 문구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이에 대한 법적, 구조적 대비책을 강구해야 한다.물론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각국 정부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였으나 실행까지 옮겨졌는지는 의문스럽다. 사태의 후폭풍은 일반 국민들이 감당했고 정부는 엄청난 세금을 투입해 대마불사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줬다. 그러나 사건의 중심부에 서 있는 월가 사람들은 고액의 보너스를 챙겼고 그 누구도 이 일을 책임지지 않았다.그래도 최근 희망적인 기사가 눈에 띤다. 저축은행 79곳의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했다는 것이다.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를 전후해 적자를 기록하다 2014 회계연도부터는 흑자로 전환했다.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4.33%로 6개월 전보다 0.04%포인트 상승했고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도 하락해 건전선 지표에서도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물론 꾸준한 리스크관리 강화가 필요하지만 호전되고 있는 추세는 바람직하다. 2008 글로벌금융위기와 2011 저축은행 사태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의 맹점이 드러난 사건이다. 물론 개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무지, 그릇된 욕심도 한 몫 했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홍역을 앓았다면 우리는 다시 재발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고수익, 저위험이라는 달콤한 유혹에서 벗어나 경기침체라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 속에서도 성장을 위한 건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운기 청인자산관리대표 2016.03.11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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